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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천백일

푸를 청, 하늘 천, 흰 백, 날 일

원죄가 밝혀져 무죄가 되는 일. 뒤가 깨끗한 일.

당나라 중기 시인, 정치가인 한유에게 최군이라는 훌륭한 벗이 있었습니다. 한유는 최군의 인품을 기리며 <최군에게 주는 글>을 보냈는데 그 글에 이런 구절이 있습니다.

"사람은 좋고 싫은 감정이 있는데 모든 사람이 자네를 흠모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봉황과 영지가 상서로운 조짐이라는 것은 누구나 아는 일이며 '청천백일'이 맑고 밝다는 것을 누구인들 모를 리가 있겠는가?"

 

축록자 불견산(쫓을 축, 사슴 록, 놈 자, 아니 불, 볼 견, 뫼산)

사슴을 쫓는 자는 산을 보지 못한다. 명예와 이욕에 눈이 먼 사람은 사람의 도리도 저버리고 눈앞의 위험도 돌보지 않음. 한 가지 일에 마음을 빼앗긴 사람은 다른 일을 생각하지 않음

전한 7대 황제 무제 때 왕족 회남왕 유안이 도가 사상을 중심으로 엮은 <회남자>에  실려있는 글입니다.

사슴을 쫓는 사람은 산을 보지 못하고(축록자 불견산)

돈을 움키는 사람은 사람을 보지 못한다.(확금자 불견인)

 

지어지앙(못 지, 고기 어, 갈 지, 재앙 앙)

화가 엉뚱한 곳에 미침. 상관없는 일에 휩쓸림

춘추 시대 송나라에서 있었던 이야기입니다. 환퇴라는 사람이 진귀한 보석을 지니고 있었습니다. 그가 죄를 지어 벌을 받게되자 보석을 가지고 종적을 감춰버렸습니다. 환퇴의 보석 이야기를 들은 왕은 그 보석을 손에 넣어야 겠다고 생각하고 측근 환관에게 환퇴의 행적을 찾으라 명했습니다. 환관이 환퇴를 찾아 보석의 행방을 묻자 그는 이렇게 대답했습니다. "내가 도망칠 때 궁궐 연못 속에 버렸네." 이 말을 들은 왕은 연못 물을 다 퍼내고 바닥을 샅샅이 뒤졌지만 보석을 발견하지 못하고 애꿎은 물고기들만 다 말라 죽고 말았습니다. 

 

지록위마(가리킬 지, 사름 록, 위할 위, 말 마)

윗사람을 농락하여 권세를 마음대로 함. 남에게 잘못을 밀어붙여 속이려 함

진나라 황제가 죽자 환관 조고는 거짓 조서를 꾸며 현명한 태자 부소를 죽이고 어리석고 어린 호해를 2대 황제로 추대했습니다. 조고는 호해를 조종하여 많은 충신들을 죽이고 승상이 되어 권력을 장악했습니다. 역심이 생긴 조고는 중신들 가운데 자신을 반대하는 사람들을 축출하기 위해 호해에게 사슴을 바치면서 말했습니다.

"말을 바치오니 거두어 주시오소서."

" 사슴을 가지고 말이라 하다니.. 그대들 눈에도 이것이 말로 보이시오?"

호해는 웃으며 신하들을 바라보았습니다. 신하들 중에는 '그렇다'라고 하는 사람은 많았으나 '아니다'라고 부정하는 사람들도 있었습니다. 조고는 이들을 기억해 두었다가 죄를 씌워 모두 죽여 버렸습니다. 이후 조고의 말에 부정하는 사람이 없었다고 합니다.

그러나 각처에서 진나라를 타도하자는 반란이 일어나며 천하는 혼란에 빠졌습니다. 그중 항우와 유방의 군사가 도읍 합양으로 진격하자 조고는 호해를 죽이고 부소의 아들 자영을 3대 황제로 삼았으나 조고는 자영의 손에 주살당하고 말았습니다.

 

중원축록(가운데 중, 벌판 원, 쫓을 축, 사슴 록)

지위를 얻기 위해 경쟁함

한나라 고조 11년, 조나라 재상 진희가 산서성에서 반란을 일으키자 고조는 군사를 이끌고 토벌에 나섰습니다. 진희와 내통하던 한신이 장안에서 군사를 일으키려 했으나 누설되어 여후와 재상 소하에게 처벌당하고 말았습니다. 난을 평정하고 돌아온 고조는 여후에게 물었습니다. "한신이 죽기 전에 무슨 말을 하였소?"

"괴통의 말을 듣지 않은 것이 분하다고 하더이다."

고조는 괴통을 잡아들이라 명했고 끌려온 괴통은 당당히 말했습니다. "그때 한신이 신의 말을 들었다면, 오늘날 폐하도 어찌할 수 없었을 것입니다." 고조는 크게 화내며 괴통을 죽이라 명했습니다.

괴통은  이렇게 항변했습니다.

" 신은 죽을만한 죄를 지은 일이 없습니다. 진나라가 폐망할 조짐이 보이고 천하가 어지러워지자 영웅 호걸들이 일어났고, 진나라가 사슴을 잃어 천하가 이를 쫓았던 것이며, 그 중 키 크고 발빠른 걸물이 이를 잡았던 것입니다. 옛날 '도척의 개가 요 임금을 보고 짖었다'라고 해서 요 임금이 악인이라 짖은 것은 아닙니다. 개는 원래 주인이 아니는 짖는 것인데 당시 신은 한신만 알고 폐하를 몰랐기 때문에 짖었던 겄입니다. 난세에 폐하와 마찬가지로 천하를 노렸다 해서 죽이려 한다면 이는 도리에 어긋나는 일입니다."

괴통의 항변에 할 말을 잃은 고조는 그를 놓아주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