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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령부득

풍요로울 요, 옷깃 령, 아니 불, 얻을 득

전한 7대 황제 무제 때의 이야기입니다.  만리장성은 수수께끼의 땅이었습니다. 영맹한 흉노는 동쪽 열하에서부터 서쪽 중앙아시아 지방에 이르는 광대한 지역에 세력을 펴고 빈번히 한나라를 침범했습니다. 무제는 월지와 손잡고 흉노를 협공할 계획을 세웠습니다. 그리고 월지에 다녀올 사신으로 장건이란 관리를 뽑았습니다. 장건은 100여 명의 수행원을 거느리고 서쪽 이리란 곳에 있다는 것밖에 모르는 월지를 찾아 장안을 떠났습니다. 하지만 그들은 농서를 벗어나자마자 흉노에게 잡혔습니다.  장건은 흉노에게 호감을 사 장가도 들고 아들까지 낳았습니다. 그러나 그는 잠시도 탈출할 생각을 버리지 않았습니다. 포로가 된 지 10년이 지난 어느 날, 장건은 처자와 일행을 데리고 서방으로 탈출했습니다. 천산 산맥의 남쪽 기슭을 따라 타림 분지를 횡단한 그들은 대완국, 강거국을 거쳐 마침내 아무강 북쪽에 있는 월지의 궁전에 도착했습니다. 장건은 월지의 왕을 알현하고 무제의 뜻을 전했으나 왕의 대답은 부정적이었습니다.

"월지는 서천 이후 기름진 이 땅에서 평화롭게 살고있소. 백성은 구원을 씻기 위한 쓸데없는 전쟁을 원치 않을것이오." 장건은 단념하지 않고 대하국을 찾아가 월지를 움직이려했으나 허사였습니다. 사서에서는 "끝내  '월지의 요령을 얻지 못한 채' 체류한 지 1년이 지나 귀국길에 올랐다" 라고 적었습니다. 장건은 귀국 도중 또 흉노에게 잡혀 1년 넘게 억류되었으나 부하 한 사람과 탈출, 13년 만에 장안으로 돌아왔습니다. 3년 후 박망후에 봉해진 장건은 계속 서역사업에 힘썼는데 그의 대여행은 중국 역사에 많은 것을 남기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원교근공(멀 원, 사귈 교, 가까울 근, 칠 공) 

먼 나라와 친교를 맺고 가까운 나라를 공략함

전국 시대, 위 나라의 책사 범저는 제나라와 내통하고 있다는 모함에 빠져 진나라 사신 왕계를 따라 함양으로 탈출했습니다. 하지만 진나라 소양왕은 범저를 환영하지 않았고 범저는 소양왕에게 능력을 펼쳐 볼 기회도 없었습니다. 소양왕 36년 당시 진나라에서는 소양왕의 모후인 선태후의 동생 양후가 실권을 잡고 있었는데 그는 제나라를 공략하여 자신의 영지인 도의 땅을 확장하려했습니다. 이 사실을 안 범저는 소양왕을 알현하고 진언했습니다.    

"전하, 위, 한을 지나 제나라를 공략하는 것은 상책이 아닙니다. 적은 병력을 움직여봤자 제나라는 꿈쩍하지 않을 것이고, 대군을 출동시키는 것은 진나라를 위해 더욱 좋지 않습니다. 진나라의 병력을 아끼고 한, 위 두 나라의 병력을 동원하는 것이 전하의 의도인 듯하나 동맹국을 신용할 수 없는 상황에 타국너머 멀리 떨어져있는 제나라를 공략한다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습니다. 지난날 제나라 민왕이 연나라 악의장군에게 패한 원인도 멀리 떨어져 있는 초나라를 공략하다가 큰 부담을 안게 된 동맹국이 배신했기 때문입니다. 그때 덕을 본 것이 이웃 나라인 한나라와 위나라인데, 마치 '적에게 병기를 빌려주고 도둑에게 식량을 갖다 준 상황'이 되어 천하의 웃음거리가 되었습니다. 지금 채택해야 할 계책은 '먼 나라와 친교를 하고 가까운 나라를 공격하는 원교 근공책'이 상책입니다. 이해득실이 분명한데 굳이 먼 나라를 공략하는 것은 현책이 아닙니다."

이후 소양왕의 신임을 얻은 범저는 재상이 되었고, 그의 원교근공책은 천하 통일을 지향하는 진나라의 국시가 되었다.

 

원수불구근화(멀 원, 물 수, 아니 불, 구원할 구, 가까울 근, 불 화)

<한비자>에 실린 이야기입니다. 춘추시대, 노나라 목공은 자식들에게 진나라와 형나라를 섬기게 했습니다. 노나라는 이웃 나라 강국 제나라의 위협을 받고있었습니다. 위급할 때 강국의 도움을 받으려는 생각에서였습니다. 목공의 그런 생각을 이서가 간했습니다.

"사람이 물에 빠졌을 경우 먼 월나라에서 사람을 청해다가 구하려하면 때는 이미 늦었고, 집에 불이 난 경우 먼 바다에서 물을 끌어다 끄려 한다면 바닷물이 많아도 역시 때는 늦었습니다. '먼 데 있는 물은 가까운 곳에서 난 불을 끄지 못한다'했듯이 제나라가 노나라를 공격할 경우 진나라와 형나라가 강국이라도 노나라의 위험을 구하지 못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