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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정맹어호

가혹할 가, 정사 정, 사나울 맹, 어조사 어, 범 호

춘추시대 말엽, 노나라에서는 대부의 계손자의 폭정으로 백성들이 몹시 시달리고 있었습니다. 어느 날, 공자가 제자들과 태산 기슭을 지나가고 있을 때, 애절한 울음 소리가 들려왔습니다. 일행이 발길을 멈추고 살피니 길가 풀숲에 무덤 셋이 있었고, 부인이 그 앞에서 울고 있었습니다. 공자는 제자인 자로에게 그 이유를 알아보라 했습니다. 자로가 부인에게 다가가 " 어인 일로 슬피 우십니까"하고 묻자 부인이 이렇게 대답했습니다.

"수년 전 시아버님이 호환을 당하시더니 작년에는 남편이, 이번에는 자식까지 호랑이한테 변을 당했습니다."

"왜 이곳을 떠너지 않으십니까?"

"여기는 세금을 징수당하거나 벼슬아치들에게 재물을 뺏기는 일은 없지요."

자로에게 전해 들은 공자는 제자들에게 말했습니다. "가혹한 정치는 호랑이보다 더 무섭다는 것을 기억해 두어라"

 

걸해골(빌 걸, 뼈 해, 뼈 골)

한왕 유방은 항우가 반란을 진압하기 위해 출병한 사이에 초나라 도읍 팽성을 공략했다가 항우의 반격으로 형양으로 도망쳤습니다. 수개월 후 군량 수송로가 끊겨 더 지탱하기 어렵자 항우에게 휴전을 제안했습니다. 항우는 응할 생각이었으나 범증의 반대로 쉽게 이루어지지 않았습니다. 유방의 참모 진평은 간첩을 풀어 초나라에 헛 소문을 퍼뜨렸습니다. '범증이 유방과 내통하고 있다.'

화가 난 항우는 유방에게 강화의 사신을 보냈습니다. 진평은 항우를 섬기다 유방의 신하가 된 사람으로 누구보다 성급하고 단순한 항우의 성격을 잘 알고 있었습니다. 진평은 장량 등 중신과 정중히 사신을 맞이하고 물었습니다.

"범증께서는 안녕하십니까?"

"나는 초패왕의 사신이오." 

"초왕의 사신이라고요? 난 범증의 사신인 줄 알았습니다."

진평은 놀란 체하면서 음식을 소찬으로 바꾸게 한 뒤 방을 나갔습니다. 사신이 돌아와서 그대로 보고하자 항우는 범증이 내통하고 있다고 확신하고 그의 모든 권리를 박탈했습니다.

범증은 크게 노하였습니다. "신은 이제 해골을 빌어 초야에 묻힐까 합니다."

 

견토지쟁(개 견, 토끼 토, 갈 지, 다툴 쟁)

전국시대, 순우곤은 해학과 변론에 뛰어났습니다. 제나라 왕이 위나라를 공격하려하자 순우곤이 진언했습니다. "한자로라는 발빠른 명견이 동곽준이라는 재빠른 토끼를 사냥했습니다. 그들은 산기슭을 세 바퀴 돈 다음 가파은 산꼭대기를 다섯 번 올라갔다 내려오는 바람에 둘 다 지쳐 쓰러져 죽고 말았습니다. 그것을 발견한 농부는 힘들이지 않고 횡재를 하였다합니다. 지금 제나라와 위나라는 오랜 대치로 군사와 백성들이 쇠약하여 사기가 낮은데 진나라나 초나라가 이를 기회로 전부지공을 하려하지 않을지 걱정입니다."

이 말에 왕은 위나라를 공격할 생각을 버리고 부국강병에 힘썼다고 합니다.

 

계명구도(닭 계, 울 명, 개 구, 도둑 도)

제나라 맹상군은 정곽군의 40자녀 중 서자였으나 능력이 뛰어나 후계자가 되었습니다. 설 땅의 영주가 된 맹상군은 널리 인재를 모아 천하에 명성을 떨쳤습니다. 수천 명에 이르는 그의 식객 중에는 문무지사, 구도(좀도둑), 닭 울음소리를 잘 내는 사람까지 있었습니다. 

맹상군은 진나라 소양왕에게 재생 취임을 요청받고 내키지 않았으나 나라를 위해 수락했습니다. 그는 식객 중 몇 사람을 데리고 도읍 함양에 도착하여 소양왕을 알현하고 호백구를 진상했습니다. 소양왕이 맹상군을 재상으로 기용하려하자 중신들이 "제나라 왕족을 재상으로 중용함은 진나라를 위한 일이 아닙니다."하고 반대하여 약속은 깨졌습니다. 하지만 소양왕은 맹상군을 돌려보낼 수도 없어 그를 죽이기로 결정했습니다.

이를 눈치 챈 맹상군은 소양왕의 총희에게 귀국할 수 있도록 도와달라고 간청했으나 그녀는 엉뚱한 요구를 했습니다. "내게도 호백구를 주시면 애써보지요." 이 사실을 안 '구도'가 궁중에 잠입해서 호백구를 훔쳐 총희에게 주었습니다. 소양왕은 총희의 간청에 맹상군의 귀국을 허락했습니다.

맹상군은 서둘러 국경 함곡관으로 출발했습니다. 소양왕은 맹상군을 놓아준 것을 후회하고 추격병을 보냈습니다. 한밤중에 함곡관에 닿은 맹상군 일행은 첫 닭이 울 때까지 관문을 지나갈 수 없었습니다. 일행이 안절부절 못하고 있을때 일행 중 '계명'이 마을로 사라지더니 첫닭 울음소리가 들려왔습니다. 이어 닭들이 울기 시작했습니다. 관문이 열리자 일행은 쏜살같이 어둠 속으로 사라졌습니다.